섞박지라고 들어 봤는가? 설렁탕 집에 가면 내어주면서 섞박지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기엔 좀 큰 깍두기처럼 생기기도 한 이 섞박지는 깍두기와 뭐가 다를까?
섞박지와 깍두기는 무를 절인 김치로 재료도 같고 양념도 비슷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섞박지는 무를 투박하게 크게 썰어서 식감을 살리고, 깍두기는 무를 작게 썰어서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섞박지는 장기간 숙성시켜서 맛이 진하고 깊고, 깍두기는 단기간 숙성시켜서 맛이 가볍고 상큼한 차이도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섞박지는 설렁탕이나 갈비탕 등의 육수에 잘 어울리고, 깍두기는 볶음밥이나 비빔밥 등의 밥 요리에 잘 어울린다.
섞박지는 '섞어서 박은 지 [염장한 채소]'라는 뜻의 무김치의 일종이다. 배추와 무, 오이 등을 절여 넓적하게 썰고 여러 가지 고명에 젓국을 쳐서 버무려 담은 후 조기젓 국물을 약간 부어서 익힌 김치를 말한다. '석박지'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석박김치나 석박지는 북한에서만 사용하는 문화어로 표준어가 아니다.
섞박지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중기에 쓰인 '산림경제'라는 문헌에 섞박지가 처음 언급되었으며,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섞박지의 재료와 양념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섞박지는 주로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담그는 김치로서, 젓갈과 해산물을 넣어 맛을 낸다고 한다.
고조리서라고 불리는 조선시대 요리인 '규합총서'에 섞박지 만드는 방법이 아래와 같이 소개되어 있다.
- 섞박지를 담그기 전에 배추와 무를 소금에 절여 물기를 짜고, 오이는 껍질을 벗겨 씨를 제거한다.
- 새우젓국을 넣어 배추와 무, 오이를 버무린 후 항아리에 담는다.
- 조기젓 국물을 조금 넣어 맛을 낸 후 우거지로 덮어 익힌다.
어느 설렁탕집에서 시원하게 먹은 섞박지가 있었다면 깍두기 보다는 섞박지로 잘 기억하자. 그래야 나중에 달라고 할 때 말이 잘 통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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