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겨 먹는 닭도리탕이라는 음식의 명칭에서 '도리'가 일본어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언어순화를 위해 닭도리탕으로 표기하는 대신 닭볶음탕으로 표기하는 식당이 많은데 과연 닭도리탕의 '도리'는 일본어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닭도리탕' 어원에 대해 '닭'+'니와도리(にわとり, 鷄)'+'탕(湯)'이라고 싣고 있다. ‘니와도리(니와토리)’는 ‘닭’을 뜻하는 일본어인데, [니와(뜻: 마당, 뜰)의 도리(뜻: 새)]라는 의미로 구성된 합성어이며, ‘니와도리’의 축약형인 ‘도리’만 남아 ‘닭도리탕’의 단어 구성 요소가 된 것이라고도 첨언한다.
하지만 항간에서는 국립국어원의 이러한 해석을 부정한다. 부정하는 측의 주요 요지 및 근거는 이렇다. 우선 '도리탕'이라는 요리는 1920년대 문헌에도 등장하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전부터 즐겨 먹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일본어를 포함하여 요리명을 조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닭도리탕의 '도리'는 칼이나 막대기로 거칠게 쳐낸다는 뜻의 우리말의 동사 '도리치다', '도려내다'로부터 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비교적 최근에도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닭도리탕의 국립국어원 해석 어원, 순화어로서 닭볶음탕의 부적절함을 항의하며 질문을 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음식에 대한 합성어의 예시로 ‘볶음밥’(볶다+밥), ‘계란말이’(계란+말다), ‘두부조림’(두부+조리다) 등을 들며, 음식의 조리과정이 합성어로 구성될 때 어간만 독립적으로 붙는 경우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즉, 다른 음식명 조어와 비교할 때 동사 '도리치다'의 어간 '도리'만 붙어 닭도리탕이 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국립국어원 측은 '닭도리탕' 어원에 대해 답을 아직 못 찾았다며 "국립국어원에서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으로 순화한 이유에 대한 정보도 명확히 기록된 게 없다"라고 인정했다. 또한 국립국어원의 설명대로 '도리'가 '새'나 '닭'을 뜻하는 '도리'에서 유래했다면 닭도리탕은 '닭새탕'이나 '닭닭탕'이라는 의미인데, 음식 이름에 굳이 재료명을 두 번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도 매우 이상하다는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국립국어원의 해석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듯하다.
참고로 백종원도 자신의 유튜버에서 '닭도리탕'은 원래 우리말이라고 한 적이 있다. 2016년 권대영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역시 닭도리탕은 우리 고유어라고 하고 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1920년대 문헌(조선무쌍신식요리법 등)에 닭도리탕, 꿩도리탕, 토끼도리탕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일제합병기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닭도리탕을 즐겨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닭도리탕이 우리 고유말이라고 주장했다. 그 인용이 사실이라면 토끼도리탕은 국립국어원의 설명을 적용하는 경우 토끼'새'탕이라는 것인데 매우 이상하기는 하다.
아래 추가로 참고할 만한 내용을 링크로 걸어둔다.
권대영 한국식품건강소통학회장의 식품외식경제 오피니언 글 :
유튜브 채널 '백종원 PAIK JONG WON'
※ 바쁘신 분들은 3:23부터 보시라.
닭도리탕 관련하여 국립국어원에 질의한 것이 많은데, '닭도리탕 site:korean.go.kr'를 구글 검색창에 복사붙여넣기 하여 검색결과로부터 볼 수 있다. 검색결과 중 요청한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고 표시되는 경우 '저장된 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음을 함께 일러둔다.
※ 웃긴게 본 글을 마무리 검토하며 티스토리 제공 맞춤법 검사를 하면 '닭도리탕'을 오류표현으로, '닭볶음탕'을 올바른 표현으로 제시한다. 심지어 모든 '도리탕'의 올바른 표현을 '닭볶음탕'으로 제시하여 '꿩도리탕'은 '꿩닭볶음탕'으로 '토끼도리탕'은 '토끼닭볶음탕'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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