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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영배

by hakeen 2023. 3. 3.

혹시 계영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번 글에서는 계영배가 대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계영배(戒盈杯)라는 것은 술잔이다. 그런데 특이한 잔이다. 이 잔에 어느 높이 이상 액체를 담으면 사이펀* 효과로 인해 액체가 잔 바닥으로 모두 빠져나간다. 계영배 술잔은, 가득 채우려고 할수록 오히려 술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계영배 내부에는 일반 잔과 다르게 지팡이 모양의 구부러진 관이 있다. 관의 높이는 잔의 7할쯤 되는데 이 관의 높이 전까지 술을 채우면 술잔의 술을 누르는 대기압과 아직 술로 채워지지 않은 관 안의 대기압의 압력이 같아 술은 그대로 잔에 남아 있게된다. 하지만 술을 관의 높이 이상으로 따르게 되는 경우 내부의 관도 술로 가득 차 술잔 바깥의 대기압에 대응할 압력이 없어져 이 압력과 술에 작용하는 중력으로 인해 술잔에 담긴 모든 술이 잔밑의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잔이 '가득참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한자 뜻을 가진 '계영배'가 되는 것이다. 

홍천군 홈페이지에는 홍천사람 우삼돌(후에 명옥으로 이름을 바꿈)로부터 계영배가 유래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조선 실학자 하백원(1781∼1844)의 제자이며 도공인 이 우명옥이 만들었다고 한다. 도공 우명옥은 설백자기(雪白磁器)로 명성을 얻는데, 유명해져 재산을 모으자 방탕한 생활로 재물을 모두 탕진한 뒤 잘못을 뉘우치고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조선 후기 거상 임상옥(1779~1855)은 과도한 음주를 경계하라는 뜻과 함께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도리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교훈이 있는 이 계영배를 항상 가까이 두고 과욕을 경계했다고 한다.

한편, 우리 일상에서도 계영배와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친숙한 물건이 있는데 바로 수세식 변기이다. 변기 안쪽 보이지 않는 곳에 구부러진 관, 즉 사이펀이 있어 볼일을 보고 레버를 내리면 물이 저장된 곳의 마개가 열리면서 물이 변기 내부에 채워지고 일정 높이 이상이 되면 계영배와 같이 물이 모두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요즘같이 돈이 만능인 시대에 계영배가 주는 교훈을 한 번 되새겨 보면 어떨까. 모르지 않는가. 그렇게 하면 그간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될런지.   

 

* 사이펀(siphon)이란 액체를 기압차와 중력을 이용하여 쉽게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연통형의 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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